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대란'이 현실화됐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힘겨루기로 대전을 비롯해 전국 의료현장이 어제(20일)부터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어제(20일) 오후 3시 대전의 5개 병원 전공의 38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이는 전체 전공의 524명의 70%가 넘는다.

충남대병원이 217명 중 81명, 대전성모병원이 69명 중 49명, 대전을지대병원이 95명 중 75명, 건양대병원이 122명 중 99명, 대전선병원이 21명 중 16명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다.

집회 등 각종 단체 사례로 볼 때 의사 개인이 반대하더라도 사직서를 낸 구성원 주위 분위기로 사직서 제출은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서울의 대형병원 등 전국의 병원 전공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로 인해 6개월이나 기다렸던 수술이 전날 취소되는 등 의료현장이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충남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지방에서 온 환자는 병원 인근 여관에서 방을 잡고 수술날을 기다렸지만 돌아온 대답은 '수술 연기'에 날짜도 미정이라는 청천벽력 소식이었다.

과연 내 부모가, 내 자녀가 수술을 해야 한다면 의료현장을 내팽개치고 나올 수 있을까?

대전지역 병원 운영진은 "비상진료 시스템으로 당장 일주일 정도는 교수 등 대체 자원으로 버틸 수 있지만 장기화하면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수술을 앞둔 한 보호자는 "의대 증원과 환자 진료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면서 "정부와 의사들의 강대강 대치로 환자들만 피해를 받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시내버스 기사들이 봉급을 올려주지 않는다고 시민을 볼모로 하는 파업과 화이트칼라라고 하는 의사들과 무엇이 다르냐고 주장한다.

전공의와 이들에 호응, 자퇴서를 제출한 의대생들은 의료 윤리를 저버린 집단행동이 국민의 반감만 사면서 오히려 의사 증원의 필요성만 부각한다는 점을 잊었는지 모르겠다.

전공의들은 지금이라도 의료 윤리와 냉정을 되찾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의사는 의술로 사람을 살려야지, 그 의술로 환자와 국민을 겁박해서는 안 된다. 

의대 정원 확대 논의도 사람을 살리려는 목적에서 시작됐는데, 실제 지금도 충남 농어촌 지역에는 수억 원의 연봉을 내걸어도 '노인 질병 전문의'를 모집하지 못하는 등 지역의료체계가 붕괴된 실정이다. 

'응급실 뺑뺑이' 등 지역·필수·공공의료체계 붕괴의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의사들의 의료현장 이탈이 매우 이율배반적인 것으로 지금 파업에 들어간 의사들은 지난해 7월 간호사 파업 사태 당시 "환자들을 위해 돌아와 달라"고 촉구하던 그 의사들이다.

수술 날짜를 받아 지방에서 대전까지 와 여관에서 지내고 있는 절박한 환자와 가족들이 수술이나 적기에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다면...

전공의가 없으면 병원 응급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약점과 국민의 고통을 인질로 삼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는 그 어떤 명분도 없으며 고통스러운 환자의 절규는 듣지 않고 내 밥그릇만 지키겠다는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뿐이다. 

전공의들은 정부와 국민에게 논리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응급환자나 위중한 수술, 중환자실 만이라도 즉시 정상 가동해야 한다. 

언제 전공의 가족, 친지들도 불의의 사고로 수술을 받고 진료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될지 모른다.

지금은 정부, 의사단체 누구의 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아무튼, 정부도 의사단체와 대화와 협상을 수시로 해야 하지만 지역의료체계 회복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의사 증원 문제는 적당히 물러서면 내년에 또 이 사태가 반복될 뿐이다. 

만약 정부가 물러서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퍼지고 있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될 뿐이다.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작가 박붕준은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강릉 MBC, 대전 MBC TV&라디오 뉴스 앵커, 보도국장 역임 후 정년퇴임 했습니다.

퇴임 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광고홍보과, 교양교직과에서 11년간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해 2월말 퇴임 하였습니다.

현재, 대전교통방송 '박붕준 교수의 대전토크'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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