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수능 고득점을 받은 지방고교 출신 학생의 학부모 대학 동창이 한 턱을 낸다고 해서 음식을 들며 이렇게 제안했다고 한다.

"우리 고향 발전을 위해 자네 아들을 우리 지역 국립대로 진학시키면 어떻겠어?"

돌아온 대답은 "자네! 내 자식 인생 망칠 일 있나?"라고 정색을 하면서 화를 내고 식당 문을 박차고 나갔다는 어느 한 신문의 '독자 투고란'을 보고 충격받은 지방 거주민들이 많다.

'지방대에 입학하면 인생을 망친다'는 한 마디는 '지방대 소멸' 위기감의 현주소로 표현된다. 

학령인구 감소에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그 충격을 지방대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이 망한다'는 말은 이제 옛이야기로, 서울 수도권을 제외하면 지방대들이 동시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96년 '대학 정원자율화' 정책 도입을 계기로 대학 설립인가가 잇따른 부작용의 결과로 이제부터는 특정 대학의 폐교 순서만 남았을 뿐이다.

2024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정시모집에서 정원 미달학과 발생 대학이 무려 35개 대학에 이르고 있고 경기도 소재 1개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모두 지방대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전의 4년제 대학 2곳도 미달학과가 나왔는데, 합격했어도 최종 미등록 합격자 비율이 30%를 넘고, 오는 29일까지 미등록 충원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 이유는 올 전문대학을 포함한 전국 대학 신입생 모집 정원이 51만 명이지만, 고3과 재수생을 포함해도 수험생은 40만 명으로 입학정원에 11만 명이나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대학의 경우 오는 29일이 등록 마감일이지만 예년의 경우로 보아 최악의 경우 20% 안팎 결원된 채 입학식이 불가피한 전망이다. 

더구나 지방대의 60%가 오는 2040년대 소멸한다는 충격적인 연구보고서가 발표됐고 그중에서도 국립보다 사립대가, 지역은 서울과 거리가 먼 영남과 호남지역 대학이 첫 타깃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실제 강원관광대가 올 폐교돼 신입생을 뽑지 않았고, 폐교 위기에 놓였던 경북 경주대와 서라벌대가 통합해 신입생을 모집했지만, 신입생 모집정원의 25%로 가장 많은 간호학과의 실습 여건 등이 부실, 간호교육 미인증으로 모집 중단 사태까지 이르고 있다.

금산 중부대학도 수도권 고양시로 캠퍼스 대부분을 이전, 이나마 살아남았지만 주변 상권은 황폐화, 흉물화된 지 오래다.

교육부 지원만 바라는 소위 좀비 대학들은 퇴출돼야 하지만 대전지역 대학들도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학과 구조조정을 하거나 유연한 학사운영, 외국인 유학생 유치, 평생교육을 강화하고 타 대학과 연합 협력을 강화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따라서 교육부는 좀비 대학 구별을 위해, 먼저 지방대학에 적극 지원한 후 교육비의 환원율과 졸업생 취업률, 학생 충원율 등 평가를 통한 옥석을 가려 퇴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에 남거나 들어오는 인재는 갈수록 줄고 수도권 대학이나 의대로 빠져나가는 인력이 늘어날수록 지방대뿐 아니라 지방의 소멸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대전과학기술대에서는 서울대 등을 제치고 간호사 국가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배출하기도 했다.

지역의 주민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학생들의 소비활동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대의 붕괴는 지역경제의 붕괴를 가져오고 청년이 떠난 지방은 혁신 역량이 위축되고 기업 유치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방대의 미래가 곧 지방의 미래라는 인식을 더욱 공고히 갖고 대전시는 지역 대학과 협력 지원을 위해 첫 도입되는 '라이즈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대전지역 대학을 모두 건강한 대학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대학 재정지원 권한을 모두 지자체로 넘겼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의 방침에 일각에선 눈앞에 닥친 수도권과 지방대 격차 심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미충원 대학 재정 감소 문제까지 떠넘긴다는 걱정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도 신입생이 감소했으니 지방대 정원을 줄인다는 식의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지역대학 육성을 위한 꼼꼼한 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